순환경제통신

제202001호 [통권 제214호]

2020년 1월 3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 연구소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43 수정빌딩 302호. 전화:070-7767-5510

2020년대 어디로?

“이번 전원회의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은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하여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우리가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리라는 꿈은 꾸지도 말아야 하며 사회주의건설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야 한다는것이다.”

“우리가 정면돌파전의 각 방면에서 주체적 힘, 내적동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값진 재부들을 더 많이 창조할수록 적들은 더욱더 궁지에 빠지게 될것이며 사회주의승리의 날은 그만큼 앞당겨질것이다.”(로동신문 1월 2일자 사설)

북한의 조선노동당은 전원회의라고 하면서 며칠 동안 마라톤 회의를 하더니 결국 21세기의 20년대를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이란 말로 열어젖혔다. 한국에서 성장하여 경제를 공부하고 경제활동을 해 온 사람들에게 이는 황당하고 말문이 막히는 회의결과일 수밖에 없다.

21세기의 글로벌 자본주의 초연결 사회에 살면서 “자급자족”이라는 말은 역사책에서나 배울 수 있을 뿐 도저히 현대 사회와는 연결될 수가 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조선(북한)은 한국과 같은 혈통과 정서, 지능을 가진 이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 오랜 문화와 전통과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애써 생각하고 결정한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오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대를 여는 표어가 인공지능이나 4차산업혁명이 아니고 자력갱생, 자급자족이 되어야 한다는 북한 지도부의 결정은 2029년에서 2030년으로 넘어가는 10년 후의 시점에는 아마도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본 방향을 세운 북한은 에너지, 농업, 건설 등 각 경제부문의 역량을 최대로 살리고, 외부로부터의 방해와 침략 위협에 맞서고, 내부의 도덕과 기강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과 다짐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 나라의 모든 부문들의 유기적인 조직화와 역량 강화로 난관을 집단적 창의적으로 뚫고 나간다는 의지는 당장이라도 우리가 배울 만한 점이다.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문제에서부터 사회문화와 대외정책, 안보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전체 생존전략을 스스로 세워서 실행해 나가는 경험은 한국에서는 해방 후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통일이 이루어지고 나면, 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영해 나가는 지혜와 담력은 상당 부분이 북한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주목이 되는 것은 전원회의의 결과를 소개하는 위의 사설에서 생태환경의 보전과 자원, 에너지의 절약, 재활용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기술개조의 주되는 목표를 전력소비를 줄이는데 두고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전개하여야 한다. 건축설계에서 자금을 최대한 적게 들이면서도 미학성, 편리성이 보장된 건축물을 일떠세우는것을 어길수 없는 원칙으로 내세우고 철저히 구현하여야 한다. 유휴자재수매를 비롯한 회수, 재생사업을 적극 장려하여 재자원화가 경제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인민들의 삶의 뿌리가 내리고 꽃펴나는 자연환경, 생태환경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사업을 중시하고 여기에 모든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주인답게 참가하여야 한다.”

경제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자연환경, 생태환경이라는 인식은 글로발 경제에 완전히 편입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생겨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만 많았지 자연환경이란 것이 별로 볼 만한 것이 없고, 지하자원도 부족하고 그런 나라라는 인식이 주입되어 왔으며, 우리의 자연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기초라는 의식은 전혀 가당치 않은 것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초에서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으로 21세기의 20년대의 먹고 살 것을 논하고 있는 것이 한국정부와 경제계의 이야기인데, 이것 역시 2030년이 다가올 때쯤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늘 경험하게 되는 바는 국가권력이 국민을 상대로 하는 약속이나 정책 방향에 지속적인 신뢰를 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은 위정자들의 말을 믿고 주어진 방향에서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렇게 한 결과로 약속대로 일이 잘 된 경험보다는 손해를 본 경험이 더 많다고 대부분 느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세계의 약소국들을 향해서 한 약속 같은 것은 신뢰성이 거의 없다. 그래도 약소국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 약속을 받아들여 왔다. 알면서도 속아온 것이다.

지구 전체의 경제가 글로벌화되고 국제적인 분업의 네트워크 없이는 유지가 안 되는 각 나라의 경제생활, 그리고 각 개인의 살림살이에서는 당장 생활을 위해 강대국, 권력자의 헛된 약속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북한은 그런 강대국의 약속에 목매달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결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체적인 기반에서 생존하고 그 기반을 잘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우선시된다. 나라 안의 경제생활에서도 작은 단위들이 그러한 생존력과 실력을 갖추게 되면, 권력자나 대기업의 횡포와 거짓 약속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될 가능성을 비현실적으로 보고 있는 것뿐이다.

북한 사람들이 내린 판단과 결정은 상당히 원칙적이고 자연의 원리에도 맞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우는 한국정부와 경제계의 생각은 그렇게 장기적이거나 지구생태계의 원리에 대한 고려 위에 서 있지 못하다.

상반되는 방향으로 21세기의 20년대를 시작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은 이기고 어느 한 쪽은 실패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런 고민조차 없다면 정치와 행정, 경제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포기해야 한다.

지난호 보기

*메일수신을 원하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