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통신

제202002호 [통권 제215호]

2020년 1월 17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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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르키의 현재성

아나르키는 프랑스의 프루동, 러시아의 크로포트킨, 바쿠닌, 톨스토이 같은 사람들에서부터 조선의 신채호, 이회영 같은 애국지사들의 정치 사상을 아우르는 개념이었다. 그것은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의 국가체제와 가톨릭의 교권체제의 억압을 벗어나고자 한 인민들의 열망에서 나온 것이고, 러시아에서는 짜르의 절대왕권을 반대한 것이었고, 조선에서는 일본의 파시스트 국가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무너뜨리기 위한 사상적인 기초로 사용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어느 시대, 어느 집단의 아나르키냐에 따라 다른 측면들이 있지만 그것은 부르주아 시민혁명의 사상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모습을 가진다. 중앙집권체제의 국가에 반대하는 아나르키스트 세력은 유럽에서 19세기 중엽 제1인터내셔날에서는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정치세력과 협력하기도 했다.

한국의 촛불혁명은 틀림없이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주의(colonialism)에 반기를 든 혁명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 즉 대한민국의 중앙집권적 국가행정 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결합체는 결국에는 대외침략과 식민지주의를 추구하는 쪽으로 가게 된다. 그것은 미국의 중동침략에의 동조, 핵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산업정책, 해외자원탐사와 개발, 핵에너지산업의 해외진출 등등을 말한다. 한국사람들이 당연한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산업진흥정책들이 식민지주의를 기초로 하는 것이고, 약소국들에 대한 군사적인 침략의 잠재성을 내포한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세력을 기반으로 한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고 포장되어 있지만, 선거를 중심으로 한 정치공학, 여론전 전문가들의 호위를 받고 있고, 대체로 자기성찰의 윤리의식이 약하고, 조직논리에 철저한 현실주의자들의 집단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일본의 식민지주의를 수용하는 반대편 자유한국당 세력들의 행태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민주주의의 신념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촛불과 민주를 표방하는 정권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정권 자체와 국민들이 가지는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일치된 관점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은 도덕과 원칙과 법을 뛰어넘는 유능한 국가권력에 대한 갈망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떤 점에서는 박정희의 군사주의적 국가 체제가 모델이 되어 있다. 국가가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외국에 나가면 선진국 사람으로 대접받게 해 주고, 기술개발 투자를 하게 정책자금을 대 주고 하는 것이 당연한 국가의 역할로 되어 있고 이런 것이 대통령 선거의 중심 의제가 된다. 이런 상식을 가진 사회에서 국가는 대내외적 식민지주의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노동자들의 인권을 모른 체할 수밖에 없으며, 경제적 성과를 재촉하는 국민들과 경제적 실정을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 성화에 정권을 지키기 위해 법질서를 사유화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통해 우리는 국가의 모델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국가의 모델은 식민지 시대, 군정, 한국전쟁, 군부독재, 산업성장 시대를 거쳐 오면서 만들어진 기형적인 모델일 뿐이며, 국가의 역할 자체가 잘못 자리 잡혀 있다. 국가가 국민의 식량주권을 지키고, 생태환경을 수호하고, 통화와 금융의 질서를 유지하고, 한국어와 역사를 유지 발전시키면서 대외적으로 평화와 주권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에 맡기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핵 마피아들이 국가에 의존해서 세력을 유지해 나가지 못할 것이고, 중앙관료들의 막강한 조직이 힘을 잃을 것이고, 미국과 일본의 입김이 작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강한 지방분권 내지 연방제가 나라의 주권 수호와 평화에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북정책은 문제가 많다. 경제활성화라는 짐을 진 국가가 올바른 통일 정책을 추구할 수 없다. 국가와 결합된 산업경제에서 통일 정책은 또 다른 식민지주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국가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 아나르키 사상의 현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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