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통신

제202004호 [통권 제217호]

2020년 2월 21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 연구소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43 수정빌딩 302호. 전화:070-7767-5510

희소한 자연의 공공 관리

이산화탄소는 탄소 원자 하나와 산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분자임을 화학기호로 알 수 있다. 지금 인간의 산업 문명에 의한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폭증이 문제이므로 이산화탄소를 다시 살펴보면, 산소 부분은 누구에게도 독점권(소유권)이 없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고, 대신에 탄소 부분은 인간의 경제에서 화폐와 직결되어 있다. 그 탄소는 자연에서 토지처럼 불멸하는 물질이지만 토지와는 달리 한번 연소하여 사용하고 나면 이산화탄소로 전환되어 공중에 폐기되는 소모품 형태를 띤다는 점이 토지와 다르다. 이 이산화탄소 연간 발생량의 50%는 자연에 의해 탄소로 다시 흡수된다고 한다. 자연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이 있으나 이산화탄소에서 탄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노동은 인간이 아닌 자연에 의해서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로 행해진다.

http://www.drroyspencer.com/2020/02/corrected-rcp-scenario-removal-fractions/

자연이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일정 부분을 흡수하더라도 공기 중에 폐기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모든 생물체의 공공재인 산소를 가두어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양열을 흡수하여 지구 생명체들에게 큰 위험과 스트레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유권이 없는 대기를 광대한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일정량의 산소를 못 쓰게 만드는 것이다.

쓰레기를 투기하는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어서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자인 자연에게 보상을 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탄소세를 만들었고, 프랑스에서는 화석연료 가격상승으로 서민들의 생활비가 올라가서 <노란 조끼>의 시위를 촉발하여 결국 탄소세의 징수를 포기했다고 한다. 인간이 난방과 조리 등을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질 자체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이를 보장해 주어야 하며, 이런 생활 자체에 곤란을 초래한다면 당연히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건강과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으면서 화석연료를 다량으로 소비하는 산업생산에 대해서는 규제와 탄소세의 징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산업 규제와 조세부담 증가로 산업이 위축되면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에 대한 조세징수, 규제와 동시에 자연환경에 유익하고 건강을 주는 업종들에 많이 혜택을 주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노동자들의 일자리 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태양 에너지에 많이 의존하는 농업, 임업 관련 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고용이 늘어나도록 되어야 한다.

레옹 발라(Léon Walras)의 경제적 균형 이론은 경제를 하나의 균형을 이루는 기계나 생물체로 보기 때문에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토지의 희소성이 경제발전에 따라 계속 상승하게 될 것을 예견하고 이러한 토지에 대해서는 정의의 관점에서 사적 소유, 즉 특정 개인에 의한 독점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뒷받침해 준다. 그렇다고 해서 토지가 주인이 없는 땅이 되어 누구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도 되는 곳이 될 수는 없다. 인간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사용료를 부과해서 그 돈을 공공의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만이 아니라 대기와 하천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맑은 공기는 희소한 가치물이 되었고, 맑은 물도 마찬가지다. 공기와 물을 사유재산으로 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오염시킬 수 있는 상태로 방치되어서도 안 된다. 이를 혼탁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상응하는 사용료를 징수할 필요성에 대해 제기되는 수많은 반론들은 성장과 고용 논리, 그리고 자유방임의 논리 같은 것에서 나오며, 균형 체제를 이루는 조건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제 개념을 외면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균형을 이루는 조건들을 제시하는 것은 법을 만드는 것이고 규제를 하는 것이어서 별로 인기 있는 일이 아니고,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의사들의 처방이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그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처럼 경제의 균형과 공정성을 위한 규제와 법을 말하지 않는 경제학자는 결국 과학자의 임무를 배임하고 사회와 경제 전체를 어려움에 빠뜨린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은 경제학적 사고의 지평이 지구와 생태계 전체로 확대되어 균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소식

레옹 발라, ≪사회경제학연구≫, ≪응용정치경제학연구≫를 지만지에서 2월 10일에 출간했습니다. https://m.blog.naver.com/zmanzclassic/22180053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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