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통신

제202005호 [통권 제218호]

2020년 3월 13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 연구소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43 수정빌딩 302호. 전화:070-7767-5510

코로나 이후 시대의 전망: 잔치는 끝났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시장에 있을 경우에 우리는 시장경쟁은 공급자들이 값을 낮추어 부르며 구매자, 즉 수요자를 확보하는 경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보고 또 마스크의 사재기와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시장경쟁이란 수요자들 간의 경쟁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공급자 간의 가격인하 경쟁을 보게 되는 물품과 수요자들 간의 가격인상 경쟁을 보게 되는 물품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쟁을 하는 물품은 소비자들이 생활필수품으로 찾는 재화들일 가능성이 높다. 마스크는 공급이 부족한 데 비해서 건강을 지켜주고 생명까지도 지켜 줄 필수품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우리는 동구 사회주의 사회에서 빵과 같은 식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시민들을 과거 언론에서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쟁은 끝났다고 선전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에 비해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그 공급자들이 수요자들을 상대로 값을 낮추어 부르는 경쟁을 하는 종류에 속한다. 전자제품, 의류, 자동차 그밖에 대부분의 생활용품 등이 다 그렇게 저가 경쟁을 벌여 왔고, 많은 공급 기업들이 도산해 왔다. 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예외가 있다면 ‘토지’라는 매매 대상품은 특히 도시개발이 이루어질 경우에 공급은 한정되어 있고 수요자들이 값을 올려 부르는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 품목이 된다. 그렇다면 토지가 생활필수품인가? 토지는 생활필수품이지만, 토지 소유권이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토지 위에서 생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토지 소유권은 돈을 더 벌기 위한 자본가들의 필수품일 뿐이다.

잔치나 축제가 벌어지면, 음식을 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잔치가 끝나갈 때쯤 되면, 남은 음식을 다 팔기 위해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값을 낮추어 부르게 된다. 그렇게 잔치의 끝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 잔치 음식들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잔치를 벌이면서 즐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는 이와 같은 공급자들 간의 가격 낮추어 부르기 경쟁 시스템을 일상적인 시장경쟁의 정상상태로 해 왔던 것이다. 사람의 삶에 필수적이지 않은 물품들이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하며 값을 낮추어가며 소비자들을 끌어가는 투쟁을 서로간에 벌여 온 것이다.

대표적인 저가경쟁은 저가항공이다. 전세계를 여행과 견학, 온갖 구실을 붙인 외유성 비즈니스 출장 이런 것들이 처음부터 일상화된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경제부문은 공항과 항공사 등 국제 여객운송 부문과 숙박업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에도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 동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닌 것일까?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는 공교롭게도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만들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 어떤 경제적인 양태가 지배적이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수요자들이 값을 올려 부르는 경쟁 또는 배급제와도 비슷한 것이다. 그리고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단념하여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준다. 많이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것도 지나치게 교통수단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싶을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

코로나가 끝난 후 앞으로의 생활양식은 불가피하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조장해 온 이상한 경쟁을 의문시하는 방향이고, 물품과 서비스의 소비 양태를 정화(淨化)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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