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통신

제202204호 [통권 제237호]

2022년 7월 15일 금요일

발행인: 이승무

발행처: 순환경제 연구소

주소: 서울시 송파구 동남로 2길 18. 전화: 070-7767-5510

기후변화

기후변화는 지구 기온의 사계절에 따른 순환질서가 깨어지게 되면서 여러 가지 생태계의 생명체들의 생존 환경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주의 삼라만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고 안정적인 자연 질서라는 것도 더 큰 우주의 순환에 따라 변동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 현상을 보고 큰 일이 난 것처럼 사람들에게 소리를 치고 호각을 불어대는 것은 조금은 별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들이 뭔가 마음을 잘못 먹고 행동을 잘못해서 기후변화가 초래된다고 보고 지금 당장 그런 행태를 중단하고 고치지 않으면 재난이 닥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워낙 거대한 현상이고,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질서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기의 행동의 잘못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것은 화석연료의 사용량 증대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 그리고 기후변화 간에 확실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만드는 차량운행이라든지 간접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유발하는 전기의 사용에 대해 한 번 다시 생각해 보고 자제할 수 있으면 자제하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문제도 크게 보면 순환 질서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화석연료의 연소로 대기중에 방출된 후,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이 이를 다 흡수하지 못해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쌓여 농도가 높아짐으로써 열을 머금게 되어 대기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필요한 냉난방을 하지 못하면 사람의 건강에 지장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일을 하는 사람들과 어린이, 노인들에게는 추위와 더위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습니다. 냉난방과 음식의 조리 등 의식주의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는 꼭 필요한 에너지로서 이를 줄이도록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전자통신기기, 자동차 교통 등 생존을 위한 활동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에너지 사용도 많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단조로움을 회피하고 즐김과 오감의 만족을 추구하면서 정신적 신체적인 활력을 얻기도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의 교통과 문화생활 모두가 필요하지 않은 활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욕적인 삶을 견디다 보면 이에 적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비합리적인 일탈행동의 유혹이 생겨나서 엄청난 낭비를 일으키는 파괴적인 일을 벌일 위험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와 필요를 구분하여 에너지 사용을 통제하려고 하는 시도는 상당한 역효과를 일으킬 위험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그냥 억제하지 말고 지금처럼 살아가면서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면 된다는 것인가?’하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순환경제라는 관점에서 이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생명체로서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생존을 이어가는 것은 정당한 권리일 것이지만,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물, 전기, 가스를 공연히 틀어 없애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이상 행동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이상 행동에 대하여 스스로 알아차리고 중단하는 감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감각이 무디어져 있거나 아예 없다면 이는 병이 든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병에서 벗어난 건강한 정신과 몸을 가지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공연한 낭비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건강한 몸과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는 사실은 코로나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와 같은 공간적인 격리와 시간적인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주어질 수 있습니다. 조직에서 주고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생업활동의 경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도시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주거비와 교육비, 의료비와 사회보험의 부담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측정되고 비교가 되는 도시생활에서 이를 무시하는 별종으로 살아가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도시경제 시스템이 사람들을 이러한 굴레에 매어놓고 있으며, 건강을 악화시킬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고 있어서 이와 같은 생활환경에서는 건강한 균형 감각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여 에너지와 물자의 낭비, 폐기물의 다량 발생을 막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려면, 경제 운영방식, 일하는 구조가 달라져야 합니다. 일을 통해서 인간이 병들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해지고 더 깊이를 얻어가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특히 이는 일과 삶에서 미(美)를 발견하고 미적 감각을 열어 가는 것과 깊이 관련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적은 물자와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물건이든 서비스이든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배움이 필요조건일 것입니다. 이는 물자를 수단이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철학을 물자에서 생명을 찾고 우리 삶의 동반자를 발견하는 철학으로 전환하는 일과 관련이 될 것입니다. 인류가 태고의 오랜 시간 동안 간직했던 감각이 그런 종류의 것이고, 동양과 서양의 전통 속에 그러한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그러한 문화적인 변화가 천천히 모색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의 감각이 회복되고 병적인 에너지와 물자 낭비를 소멸시킬 수 있다면, 그 다음에 인간이 더 금욕적으로 내핍생활을 해서 에너지와 물자를 극도로 아끼면서 생명활동 자체가 위축되도록 하는 것은 인류 문명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지구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할 수 있을지라도 과히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건강을 유지하면서 자기 생명의 최선의 실현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가 정치와 경제, 사회의 키워드로 이미 받아들여진 지금, 에너지 절약을 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을 야단치고 경제계를 질타하고 정치인들을 몰아 부치는 방식의 운동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에너지 낭비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는 깊이 병들어 있는 인간의 삶의 구조를 직시해야 합니다. 물자와 에너지만이 아니라 사람까지도 대상화하고 수단화하는 상품경제의 심리적 철학적 기초가 달라지지 않으면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고 아무리 외쳐도 시끄러움과 갈등의 심화라는 결과를 맺을 뿐입니다. 지금까지의 물질문명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간문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우리 사회에서 전면화가 되어야 하는데, 이에 저항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아메리카와 서유럽의 물질문명의 종주국들의 제국주의적 패권 추구입니다. 이는 전쟁 그리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줄을 세워서 자기들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들을 고립시키려 드는 행태로 표현됩니다. 인류 문화 자체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타려고 하는 지금 이러한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은 점점 더 추악한 형태로 노골화되어 가고 한국의 경우에도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의 거대한 순환 가운데 존재한다는 감각, 물자를 소중히 여기는 의식, 일과 휴식의 균형, 예술적인 완성의 추구 이런 문화적 움직임을 통해서 폭력적인 제국 문화에 저항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거대 자본과 과학기술의 방대한 인프라를 통해 원자력 에너지를 생산하여 기후변화에 대처한다는 것은 인간을 더욱 병들게 하는 수단으로 온실가스를 줄일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병이 심하게 든 인간사회는 생태계를 온통 파괴하고 병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호 모두 보기 www.cycleconomy.org/dolletter.htm

*메일수신을 원하는 분은 sngmoo@cycleconomy.org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